카프릴릭/카프릭트라이글리세라이드(CCT)는 MCT 오일에서 유래한 화장품 성분으로, 보습·세정·제형 안정화에 쓰이는 다재다능한 원료입니다.
1. 카프릴릭/카프릭트라이글리세라이드(CCT)의 기원과 화학적 특징
카프릴릭/카프릭트라이글리세라이드라는 성분은 이름만 들으면 복잡해 보이지만, 사실 코코넛 오일이나 팜 오일에서 추출된 중쇄지방산(Medium Chain Triglyceride, MCT)을 정제해 얻은 원료입니다. MCT는 탄소 수가 비교적 짧은 지방산이 글리세롤(지방을 구성하는 기본 골격)과 결합한 구조를 뜻합니다.
이 중에서도 C8(카프릴산, 탄소 8개를 가진 포화지방산)과 C10(카프르산, 탄소 10개를 가진 포화지방산)을 선별적으로 결합시켜 만든 것이 바로 화장품 원료명으로 등록된 카프릴릭/카프릭트라이글리세라이드입니다.
원래는 의료 영양제나 식품 보충제로 먼저 연구되었으나 피부에 무해하고 안정적이라는 점이 밝혀지면서 화장품 업계에서 주목받게 되었고, 현재는 기초 화장품부터 메이크업, 클렌징 제품까지 다양한 제형에 널리 쓰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수많은 지방산 중에서 하필 C8과 C10만 선택된 것일까요.
2. 왜 화장품에서는 C8·C10 조합이 최적일까
C8은 매우 가볍고 빠르게 흡수되어 피부 위에서 끈적임 없이 산뜻한 느낌을 주며, 동시에 산화 안정성이 높아 장기간 보관해도 쉽게 변질되지 않습니다. 반면 C10은 그보다 점성이 약간 더 높아 매끄럽고 실키한 질감을 보완해 줍니다. 두 가지가 함께 쓰이면 가볍지만 허전하지 않고, 매끄럽지만 무겁지 않은 독특한 균형을 형성합니다.
다른 지방산들, 예를 들어 C6은 자극적이고 냄새가 강하며 휘발성이 높아 화장품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C12는 항균력이 강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코메도제닉(모공을 막을 수 있는 성질) 위험이 있어 여드름 피부에는 불리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화장품 업계는 자극이 적으면서도 제형 안정성과 사용감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C8·C10 조합에 집중하게 된 것입니다.
3. 화장품에서의 역할과 피부 적용 메커니즘 및 응용
카프릴릭/카프릭트라이글리세라이드는 단순한 오일 성분이 아니라 제형 전반의 품질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피부 위에서는 얇은 보호막을 형성하여 수분 증발을 줄이고 경피수분손실(Trans-Epidermal Water Loss, TEWL)을 억제하는 역할을 합니다. 세라마이드처럼 피부 장벽 구조를 직접적으로 보완하는 것은 아니지만 산뜻한 보습막을 추가해주는 보조적 역할을 합니다. 광물유(미네랄 오일)와 달리 답답한 막을 만들지 않아 지성 피부나 여드름 피부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지용성 성분을 안정적으로 녹여주는 용매 역할도 하며, 레티놀이나 비타민 E처럼 쉽게 산화되는 성분을 보호해 피부에 전달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제형 개발 단계에서는 무거운 오일이나 활성 성분들의 질감을 조율해 전반적인 사용감을 개선하는 데 기여합니다.
카프릴릭/카프릭트라이글리세라이드는 클렌징 제품에도 자주 사용되는데, 이는 메이크업 잔여물과 피지를 용해하면서도 세정 후 끈적임이 적기 때문입니다. 단독으로 쓰면 물과 잘 섞이지 않으므로 반드시 유화제가 함께 필요하지만, 이 성분은 유화와 세정 과정을 보조하면서 제품의 안정성을 높이는 역할을 합니다. 이런 점에서 카프릴릭/카프릭트라이글리세라이드는 보습, 성분 전달, 세정 보조라는 세 가지 축을 동시에 담당하는 다재다능한 원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헤어 케어 제품에도 활용할 수 있는데, 모발 표면에 가볍게 코팅막을 형성하여 윤기를 더하고 끊어짐을 방지합니다. 다른 실리콘계 오일보다 부담이 적어 모발 끝 집중 관리용으로 적합합니다. 또한 무자극에 가까운 특성 때문에 에센셜 오일을 희석하는 캐리어 오일로 자주 사용되며, DIY 화장품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기본 오일 베이스로 활용도가 높습니다. 예를 들어 페이셜 오일 블렌딩에 사용하면 무거운 오일의 질감을 가볍게 조율해 주고, 립 케어 제품에서는 끈적임 없이 촉촉함을 더해줍니다.
화장품 성분표를 유심히 보는 사람이라면, 아마 카프릴릭/카프릭트라이글리세라이드라는 이름을 수없이 보셨을 겁니다. 길고 낯선 이름인데도, 어느 순간 익숙해져 버린 단골손님 같은 존재지요. 알고 보니 이 성분이 코코넛에서 얻은 MCT 오일의 일부라는 사실은 의외로 재미있었습니다.
앞으로 전성분표에서 이 긴 이름을 다시 마주친다면, 막연하게 “낯설고 어려운 용어”가 아니라 “아, 코코넛에서 온 MCT 오일 성분이구나” 하고 떠올리며 잠깐 미소 지을 수 있을 겁니다. 성분표 속 글자 하나가 조금은 다르게 보인다면, 이번 글이 가진 의미도 충분하지 않을까요.